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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중증장애인, 기초수급 포기한 이유는
매체 | 신문

구분직업재활

등록자 관리자 등록일 2017-07-27     조회수 4877

 

지난 5월 17일 27세 중증장애인 홍성표(충남 천안시 쌍용동)씨가 집 근처의 주민센터를 찾았다. 그는 뇌병변과 언어장애가 있다. 

 


뇌병변·언어 중복장애 3급 홍성표씨, 지난 5월 '탈수급'
장애인 채용 커피숍서 첫 봉급 받고 다음날 포기 신청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사회 지원 받아야"
일처리 느리지만 언제나 미소…손님도 불평 없어

사회복지학과 졸업…장애 때문에 면접 번번이 탈락
"사회가 장애인 끌어주고, 장애인도 숨지말고 움직여야"

 


“기초수급자 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홍씨가 느리고 어눌한 말투로 주민센터 직원에게 말을 건넸다.
 
센터 직원은 홍씨 말이 매우 낯선 듯 연거푸 “예?” “예?”를 반복했다. 홍씨는 이때까지 10년 넘게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다. 매달 약 50만원의 생계비를 받아왔다.

이외에도 전화요금 할인, 전기세 감면, 에너지 지원 등 20여 가지 지원을 받아왔다. 그런 홍씨가 이런 혜택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하거나 생계비 지원이 깎여 주민센터에 항의하는 이는 많아도 홍씨처럼 스스로 “정부 지원을 안 받겠다”고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12년 추가 소득이 발견돼 생계비 지원이 20만원 깎인 비장애인이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청에 찾아가 담당 공무원에게 흉기를 휘두른 적도 있다.

보건복지부 양동교 기초생활보장과장에게 확인해 보니 “기초수급자에서 자발적으로 빠져나가는 사례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홍씨가 주민센터에 찾아간 날은 그가 생애 첫 봉급을 받은 이튿날이었다. 홍씨는 전날 생애 첫 직장에서 90만원(연간 1080만원)을 받았다.

자신의 소득이 생계비·의료비·주거비 지원 기준을 초과한다고 판단한 홍씨가 '탈(脫) 기초수급자'를 신청한 것이다.

그의 사연을 들은 담당 직원은 “선생님! 멋지세요”라며 그의 신청을 받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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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본지는 그의 생애 첫 직장에 찾아갔다. 충남 천안시 한들문화센터 1층에 있는 ‘아이갓에브리씽(I got everything)’ 이름의 커피숍이었다.

여자 손님 두 명이 카운터 앞에서 커피를 주문 중이었다. 홍씨는 밝은 얼굴로 주문을 받고 있었다.

주문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듯 홍씨는 귀를 가까이 댔고 손님이 몇 차례 주문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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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는 현금을 받고 몇 차례 시도 끝에 5000원짜리를 현금통에서 꺼내 거스름돈으로 건넸다. 손님은 이를 별로 불편해 여기지 않는 듯했다.

이 카페는 인근에 있는 대학인 나사렛대의 부속 기관인 나사렛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전국에 이런 카페를 13곳 열었다.
 
홍씨는 지난 2015년 2월 나사렛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몇 군데 면접을 봤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나사렛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사무국장이면서 이 카페 점장을 맡고 있는 김종민씨가 먼저 홍씨에게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홍씨는 자기에게 맞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해 처음엔 거절했다. 그러다 김씨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

일단 실습부터 해보자”고 재차 제안하자 20일간 실습을 거쳐 지난 4월에 입사 계약서를 쓰고 이 카페의 정규직 직원이 됐다.
 
 홍씨는 초등학생 때 어머니를, 중학생 때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되면서 기초수급자가 됐다. 지금까지 13~14년 매달 생계비(약 50만원)를 받았고 병원에 갈 때면 의료혜택도 봤다.

법정장애인 자격으로 계속 받는 일부 지원을 제외하곤 기초수급자 자격으로 받언 20여 가지 지원도 이제 사라졌다.

홍씨가 탈수급을 신청할 의향을 밝히자 홍씨와 함께 사는 사촌누나는 "그냥 기초수급자 지원 받으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자"며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누나는 홍씨 의지를 꺾지 못했다.
 
2015년 7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개별급여로 바뀐 뒤 130만명이던 수급자는 현재 163만명으로 늘었다.

소득양극화가 심화돼 저소득층의 형편이 나빠진 데다 부양의무자 제도가 완화돼 기초수급자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홍씨는 탈수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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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기초수급자를 포기했나.
A. 기약 없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기초수급에만 기대고 있기는 싫었다. 사회의 지원(기초수급)은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래를 위해 직접 움직이고 싶었다. 이젠 사촌 누나도 내 뜻을 존중해준다. 
 
Q. 지금 후회하지 않나.
A. 기초수급만으로 생활할 때에는 나 스스로 멈춰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힘으로 월급을 벌어 생활하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
 
 홍씨는 카페 카운터에서 밝은 미소로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이해가 됐다. 물론 그도 카페에 적응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다.

언어장애가 있고 손놀림도 다소 불편해 자신이 카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도전해 해보니 주문을 받고 돈 계산이나 청소를 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음료 만들기는 조금 위험하고 손이 느려서 못하고 있지만 방법은 이미 홍씨 머릿속에 다 있다. 음료를 담당하는 고등학생 실습생을 직접 지도하기도 한다.
 
"정식 직원이 되기 전 실습 과정에서도 내가 출근해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남들이 보면 연봉 1080만원이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장애인으로서 자립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진로를 결정하면서 힘든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기쁨이 컸습니다."
몇 년씩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요즘 대학생들 말로 그는 ‘취뽀’(취업 뽀개기·취업 성공을 의미)를 하고서 첫 월급을 받자 38만원짜리 자전거를 샀다.

자신을 위해 수십만원을 쓴 게 난생 처음이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가끔 여행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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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페의 김종민 점장은 홍씨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성표는 자기의 제약을 다른 직원들이 보완해주면 불편해하지 않고 고마워한다.

대신에 자기는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맡은 일에 매우 성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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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씨는 계속 도전을 꿈꾼다. 그는 "카페라는 직장은 출발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지만 분명히 어딘가엔 내 역할이 또 있을 것"이라며

"퇴근 후 꿈을 찾아서 다시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을 구해서 (누나 집에서) 독립하기 위해 주택청약과 정기적금도 꾸준히 붓고 있다.
 
 "장애인들은 일상적으로 거절 당하며 삽니다. 충주에서 천안으로 왔을 때 고등학교들이 전학을 받아주지 않아 1년 쉬다가 방송통신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했어요.

대학 졸업 후 면접을 몇 군데 봤는데 다 떨어졌어요. 눈에 보이는 장애만 보는 것 같아요. 장애인을 한 번 고용해보고 결정해줬으면 좋겠어요."
 
 홍씨는 "장애가 있다고 가만히 숨어있지 말고 나와서 움직이다보면 길이 생긴다. 사회가 안 하는데 우리까지 안 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백수진 기자>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5&aid=0002739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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